창의적 문제 해결자가 되는 법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에는, 주인공 산시로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구마모토에서 상경하는 장면이 나온다. 차 안에서 그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히로다 선생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된다. 산시로가 구마모토에서 도쿄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히로다 선생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도쿄는 구마모토보다 훨씬 넓지. 도쿄보다 일본이 넓고, 일본보다….” 그는 여기서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산시로가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말한다. “일본보다 머릿속이 넓네.”
우리의 머릿속은 지구보다도 넓다. 사람은 지구조차도 하나의 기호로 다루어 더 큰 천체와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광대한 넓이야말로 공부가 갖는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장 접하고 있는 정보가 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상태는 공부의 이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왜냐하면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새로운 내용을 생각해내려면, 접한 정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조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훌륭한 강의는, 강사의 말에 감탄만 하게 만드는 강의가 아니다. 오히려 청중이 강사가 전달하는 내용을 놓치더라도 새로운 생각을 강렬하게 촉발시키는 강의가 멋진 강의다. 실제로 인지심리학의 연구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의를 들으면서 이전에 알고 있던 것과 의문 사항을 떠올리면서 능동적으로 지식을 재조직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책을 읽을 때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한 번도 들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보를 흡수하기만 한다면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없다. 눈을 부릅뜨고 열을 내면서 교과서에서 벗어나는 정보는 한 치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관행화된 규칙의 따라쟁이’는 될 수 있지만 ‘창의적인 문제 해결자’는 될 수 없다. 배우면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새로운 지식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몽상을 하지 않으면 공부는 극단적으로 기계적인 것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이룬 것을 따라가는 일 외에는 남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루해지고,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풀고 싶은 문제란 아예 공부를 하기 전에는 생기기 힘들고, 공부를 하는 도중에 풍부하고 강렬하게 떠오른다. 훈련하고 암기하고 익숙해지는 시간 따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푸는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의 훈련 중에도 (지금 익히고 있는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라도) 의문이 떠오르거나 새로운 해결책의 단초가 보이면 생각을 멈추지 않고 밀고 나가 봐야 한다. 무언가 배우다가 “어, 이건 이상한데”라는 느낌이 들면 왜 이상한지, 어떤 부분이 이상한지, 이상하지 않으려면 어떤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초보적인 생각이라도 되는 데까지 해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또다른 요령은 지식을 다루는 구도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자신이 강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생각하는 내용을 머릿속에 말해본다. 호적수와 논쟁하는 상황도 좋다. 이 경우 상상 속의 일이니까 비아냥을 풍부하게 곁들여도 좋다. 흠모하는 연예인에게 배운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해보는 상상도 좋다. 보통 이런 상상은 앉아서 하는 것보다는 걸어가면서 하면 더 잘된다. 걸어갈 일이 없으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산책을 할 필요도 있다. 저녁과 밤이 특히 좋다. 이런 대화 상황을 떠올리면서 자주 생각을 할수록 그 생각은 더 뻗어나가고 단단해진다.
생각한 내용은 애지중지하며 기록해 두어야 한다. 책, 노트 가리지 않고 써두었다 정리한다. 그래서 좋은 필기구로 속필을 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이로써 공부의 리듬은 ‘사각사각 모옹’이라는 형태를 갖춘다.
<이것이 공부다>·<너의 의무를 묻는다> 저자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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